[h2]✦ 선택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h2] Disco Elysium의 라이트한 느낌을 기대하고 시작한 게임.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 게임은 가벼운 대체재가 아니라 중세 분위기와 엄청난 사운드, 텍스트 디자인 하나하나 공들여 만든 수작이었다. 일부 플레이에서 느낀 불친절함마저 뚫어버리는 듯한 게임성을 가진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종교관과 세계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는 한글 번역 때문에 멈칫했지만 다행히 게임 속에 해설 요소를 발견하고 큰 지장 없이 플레이했다. 해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세계를 이해하는 재미가 커졌고, 이런 구성은 그 시대를 하나씩 더듬어 들어가는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마을 주민 한 명 한 명이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서사를 지닌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정말 그들을 돕고 싶어 움직이고 있었다. (처형 방식이 다른 것만 해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 또 초반에 정하는 출생 배경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대화와 수사 방식의 차이가 몰입감을 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물들이 나이를 먹고, 주변 관계가 변하고, 마을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는 모습도 정말 흥미롭다. 이야기가 멈춰 있지 않고, 내 선택과 시간의 흐름 위에서 계속 덧칠되듯 변화한다는 느낌이 든다. 특이한 아트워크는 중세 분위기를 훌륭하게 살리고, 중간중간 플레이어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선도 인상적이다. 악인이지만 단순한 악인으로만 보이지 않는 인물들까지 보고 있으면, 정말 내가 이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회차가 불편하다는 의견에 동감하지만, 오히려 이 게임의 제목인 Pentiment를 떠올리면 그 조차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b]덧칠을 하더라도 이전의 선택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기 때문에.[/b] 정가를 주고 사도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저렴하게 책정된 게 아닐까 싶은 정도. 오랜만에 마음에 남는 게임을 했다. 제작자들에게 무한의 감사를...🎁 웬만하면 이 정도로 추천 안 하는데, 제발 사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