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3년 보헤미아 형사사법제도 현지실습 보고서」 형법 전공자로서 이 게임을 권한다. 강의실에서 백 번 설명해도 안 와닿는 개념들이, 이 게임에서는 몸으로 체득된다. 1. 죄형법정주의의 부재를 체험할 수 있다 무엇이 범죄인지 미리 알 수 없다. 성문의 구성요건은 없고, 영주의 재판권과 지역 관습이 형벌권의 근거다. 나는 무엇이 금지되는지 모른 채 행위하고, 사후에 판단받는다. 근대 형법이 왜 "법률 없으면 범죄 없다"는 명제를 그토록 사수했는지, 태형대에 묶여 있으면 저절로 이해된다. 2. 증거재판주의의 극단적 형태 이 세계의 범죄 성립요건은 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이 아니라 목격자의 존재다. 아무도 보지 않은 절도는 절도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주의와 형식적 진실주의의 간극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게임 메커니즘화된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반대로 무고한 자도 목격되면 유죄다. 무죄추정 원칙의 부재란 이런 것이다. 3. 사자(死者)의 점유 문제 전투 후 시신을 뒤지는 행위가 절도인지 점유이탈물횡령인지, 게임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게임은 그 물건에 "훔친 물건" 태그를 붙여 유통을 제한하는데, 이는 사실상 장물취득 및 알선에 대한 규범적 통제다. 세탁을 위해 밀러를 찾아가는 순간, 플레이어는 장물범이 된다. 4. 관할과 형벌의 목적 죄는 지역 단위로 관리되며, 관할을 벗어나면 사실상 소추가 소멸한다. 속지주의의 원초적 형태이자, 근대 국가의 형벌권 독점 이전의 풍경이다. 형벌은 태형과 효수로 집행되고, 그 목적은 명백히 응보와 일반예방이다. 교화도 사회복귀도 여기엔 없다. 특별예방론이 등장하기까지 인류가 몇 백 년을 더 써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착잡해진다. 5. 사적 제재와 전쟁범죄 주인공의 행위 동기는 상당 부분 복수다.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지 못한 시대에 사적 제재가 어떻게 정당화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서사 전체가 보여준다. 스칼리츠에서 벌어진 일은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명백한 전쟁범죄이며, 게임은 그것을 영웅적 배경설정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폭력으로 다룬다. 이 점에서 이 게임은 성실하다. 중세 보헤미아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에서 형사사법의 근대적 성취가 결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