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의 긴장감과 성취감이 살아있는 수작 등반 메커닉은 80점 정도. 자동 모드에서 왼발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에 오른팔이 올라간다든지, 팔다리가 X자로 꼬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결국 수동 선택을 섞어가며 진행하게 됐다. 다만 몰입을 깰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었고 엔딩까지 큰 지장 없이 플레이 가능했다. 자원 배분이 절묘하다. 의도적으로 맞춘 건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낭비 없이 진행했을 때 엔딩 직전에 딱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라 적당한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된다. 스토리는 억지스럽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분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선택을 거쳐 본 엔딩은 여운보다는 사이다에 가까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과 유적에 대한 읽을거리, 대화들이 탐험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설정이 살짝 판타지스럽긴 해도 '있을 법한' 수준이라 오히려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다만 주인공의 서사는 조금 아쉽다. 왜 산에 오르는지에 대한 힌트가 몇 번 나오긴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특정 주제에 대한 반응이나 태도,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 등을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의 강도에 비해 배경 설명이 부족해서,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혹은 '뭔가 있었나 보다' 정도의 추측에서 더 나아가기 어렵다. 조금만 더 풀어줬다면 주인공에게 훨씬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지점에서 스토리에 작은 구멍이 느껴진다. 낭떠러지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라섰을 때의 성취감이 꽤 커서, 며칠을 정신없이 붙잡고 플레이했다. 나중에 한 번 더 돌려볼 생각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건 플레이타임. 너무 짧다고는 못 하겠지만, 지금의 두 배 정도 분량이었다면 더 훌륭했을 것 같다. 순수 등반의 재미도 꽤 크고, 난이도도 적당하며 스토리도 준수한 편이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