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거대한 폭력은 항상 적절한 구성과 함께 출력되어야 합니다.[/h1] [b]본 리뷰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므로 플레이 이후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모든 내용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어느 정도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b] 가족 공유를 받아 엔딩까지 달린 게임이지만, 리뷰를 남기고 싶어 구매했습니다. 이 게임의 접근은 참신하고, 호러적 요소와 스토리도 구성에 문제는 없습니다. 비슷한 구성이라고 하면 저는 원샷이나 언더테일 정도가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말인 즉슨 이는 일종의 메타 픽션 장르이며,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를 서사의 부품으로 끌어들여 몰입을 유도합니다. 저는 이런 전개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위니언 바이러스"는 비슷한 구성을 썼음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호러 요소도 괜찮았고, 퍼즐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고, 구성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별로였을까? 정리하고 보니 크게 다음 두 문제가 있었습니다. [h3]1. 내가 아끼고 사랑한 주역들은 결국 서사의 완성을 위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h3] "위니언들을 살려놨어야 했다."라는 일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고 결국 죽여서 얻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남습니다. 솔직히 비지트가 하는 이야기? 마지막에 와서는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을 벌인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는 것? 저는 여기서 "그래 알았어."가 아니라 "내가 왜?"가 먼저 나왔습니다. 나는 이 사연 있는 친구(^^) 때문에 뭣도 모른 상태로 내가 사랑했던 애들이 망가지고, 자해하고, 자살하고, 산 채로 뜯어먹히고, 싸우고, 형체가 일그러진 채 시체만 남은 걸 게임 내내 지켜봐야 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단순히 게임을 "사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말이죠. 결말에 가서 이 자식이 모든 걸 뉘우치고 스스로를 내려놓겠다 말하는 건 제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이 아닌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서사 전개상 얘가 할 수 있는 건 더 남아있지 않아 보였지만, 그냥 이런 서사 자체가 솔직히 무엇을 남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위니언들이 고통받고 남은 애들이나마 겨우 제정신인 상태로 구원받은 결말에서 얻어갈 메시지가 뭐가 있죠? "폭력을 되풀이하지 말자?" 그러나 저는 이미 정신적 데미지를 입었고 이에 대한 뭔가를 돌려받을 정도의 무언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일부 위니언들을 죽일 때는 솔직히 말해서 "이미 망가져버린 애들은 그냥 죽어버리는 게 답이다."라는 게 메시지인가 싶을 정도로 좀 보기 언짢았습니다. 고통받은 친구들은 이 "사연 있는" 친구 하나 때문에 소모품처럼 사라졌고, 마지막에 급하게 수습하려 하지만 무엇이 해결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학대당하는 걸 [b]"지켜보고"[/b], 나는 교통사고라도 쳐다본 사람처럼 트라우마만 남게 된 것이죠. [h3]2. 그렇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은 없습니다.[/h3]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서사의 일부로써 "개입"시키는 메타 픽션 게임이면서, 선택권 하나 주지 않고 언짢은 결말로 인도합니다. 적어도 자해, 고어, 학대같은 자극적이고 위험한 소재를 다룰 것이었다면, 이 게임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일을 바꿀 수 있는 약간의 선택지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 게임이 최소한 선택지 분기가 존재하며,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엔딩을 남겨둔 상태로 출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미 게임의 장르에 의해 서사에 개입되었고 몰입되었는데, 불쾌한 장면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정작 플레이어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는 게임보다는 정신적 교통사고를 돈 주고 산 기분을 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했다는 이유 만으로 이런 잔인한 장면들을 거쳐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게임 내내 너무 아쉬웠습니다. 언더테일의 경우로만 비교해 봐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언더테일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서사의 "일부"로 개입해 이 게임과 비슷하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지만, 최종적으로 모두를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길 것인지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한 대가입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호기심을 대가로 비극적인 결말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에 선택은 없었고, 그에 대한 결과는 필요 이상으로 참담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돈과 시간을 써서" 개발자가 훌륭하게 만들어 놓은 이 귀여운 세계관에 "몰입"했지만, 결론적으로 개발자가 써 놓은 스크립트에 따라 움직임을 "강요"받았고,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폭력"을 억지로 마주하고 멋대로 그걸 행사한 녀석을 "용서"합니다. 결국 결말에는 플레이어가 멋대로 위니언 경찰에 신고해서 다 잡아갔다고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게임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위니언이 그렇게 잔뜩 잔인하게 학대당할 때는 플레이어 때문에 책임이 있는 것인 양 게임에 멋대로 끌어들이고 떠들어대면서 갑자기 끝날 때가 되니까 내쫒아서 플레이어가 알아서 했습니다, 하면서 제 3자의 시선처럼 처리하는 것은 무례한 것 아닌가요?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메타 픽션의 형식을 취하지 말던지, 아니면 스토리 분기나 상호작용을 좀 더 심도있게 구성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위니언 바이러스의 세계관에서 비지트는 서사적으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설득력이 있을 수 있었던 악당입니다. 하지만 그 행적이 불필요할 정도로 폭력적이었기에 결말에서 수습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택지 없는 메타 픽션의 구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서사의 부품으로 쓰여 내내 고통받다가 마지막엔 쫒겨나 트라우마와 허탈함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세계관 및 스토리에 이입해서 심어놓은 공포 요소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음미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게임이 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멀티 엔딩을 업데이트 중이라고 하는데, 하루 빨리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가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의 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구조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