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몰입도 높은 게임북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과 재미
5/10 몰입도 높은 게임북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과 재미
평점: ★★★★ 압도적인 규모의 분기로 광을 낸, 플레이어를 비추는 투명한 거울. '슬레이 더 프린세스'는 공주와 플레이어 간의 관계를 다룬 게임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공주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점차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반영한 형태로 변화한다. 공주는 태산같은 거인이 될 수도 있고, 끔찍한 야수가 될 수도 있고, 비련한 여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공주를 죽일지, 살릴지, 혹은 제 3의 결정을 내릴지 선택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공주는 또다시 변화한다. 선택의 곱하기로 만들어지는 이 무수한 분기는 각자의 개성 있는 이야기 흐름을 만들고 써내려가며, 플레이어를 비추는 유일무이한 결말을 제공한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공주의 결말을 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떨리고 가슴 벅찬 감정을 불러오며, 작가의 필력과 연출력에 힘입어 압도적인 경험을 선보인다. 진정한 '슬레이 더 프린세스'는 이 첫 결말을 보는 시점에서 끝난다. 이후 게임에선 다시는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으며, 이는 단지 호기심에 의한 분기의 탐색에 그친다. 갤러리를 채우고, 공주의 새로운 모습을 감상하고,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치고... 물론, 그것은 그 자체로 몹시 흥미로운 일이지만, 결코 첫 결말의 놀라운 경험을 반복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단 한 번의 경험을 위해서라도, 이 게임은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만일 이 리뷰를 읽었다면, 망설임 없이 지하실에 뛰어들어 공주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느긋이 감상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