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순애 러브코미디를 만난 것 같다. 사실 처음 나모를 봤을 때는 그냥 귀엽고 허당기 많은 대학원생 캐릭터 정도로 생각했다. 운동은 죽도록 싫어하고, 엄살은 엄청 심하고, 맨날 바쁘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 할 일은 다 해내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그런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나모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귀엽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나모는 항상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한다. 연구실 일도, 서류 업무도, 교수님을 돕는 일도, 그리고 자신의 고민까지도 전부 혼자 감당하려고 한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하고, 아파도 괜찮다고 하고, 무너질 것 같아도 괜찮다고 한다. 누가 보면 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외롭고 지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보는 내내 나는 나모가 너무 불쌍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면서도 기대는 방법을 모르고, 이해받고 싶어 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봐 먼저 숨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불쌍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정말 사랑스러웠다. 계속 웃기고 귀엽고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뒤에 숨겨진 진심이 보일수록 더 좋아지게 되는 캐릭터였다. 특히 주인공이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마다 보이는 반응이 정말 귀여웠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도망가고, 나중에는 왜 인간이 해주는 것만 특별한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찾아와서 또 해달라고 하는 모습까지. 평소에는 똑똑한 대학원생인데 그런 부분에서는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모의 방 에피소드와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은 정말 강하게 와닿았다. 그동안 웃고 떠들던 캐릭터가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숨겨야 했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결국 계속 그렇게 보여왔지만, 마지막에 나모가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며 "당신한테만은 이해받고 싶었나 봐요." "당신이 날 경멸할까 봐 무서웠어요."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의 나모는 더 이상 귀여운 히로인이 아니라, 그저 이해받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받아주는 주인공도 정말 멋있었다. 이때 나모의 말을 들으며 주인공이 대답할 때 브금이 바뀌는 연출도 좋았는데, 바뀐 브금이 너무 맛깔나서 감정이 확 올라왔다. 나모 루트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주인공은 나모를 이해해 주고, 나모는 주인공을 깨워냈다. 주인공이 없었다면 나모는 끝까지 혼자 짊어지고 살았을 것이고, 나모가 없었다면 지금의 주인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둘의 관계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과 공간의 균열에서 탈출하고 모든 일이 끝난 뒤의 에필로그.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이제부터 1일이라고 말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 나는 진짜 울컥했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데 이제서야 1일이라니.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구원하고, 서로를 위해 싸워온 모든 시간이 결국 연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나모 루트의 가장 큰 매력은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라 이런 천천한 감정의 축적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웃기고 귀여운 대학원생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됐고, 그러다 어느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마지막에는 정말로 행복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랜만에 캐릭터 한 명에게 이렇게 정이 들었고, 오랜만에 순애 러브코미디를 하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받았다. 나모는 귀여운 히로인이었고, 멋진 히로인이었고, 무엇보다 행복해지길 바랐던 히로인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한 결말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나모 -> 키위 -> 사니 이렇게 순서로 보는게 좋은거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