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서사,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 그보다 더 치명적인 성장 동력의 부재. 이상하리만치 모두가 주인공에게 호의적이고, 말 몇마디에 쉽게 감화되는 너무나 작위적인 스토리까지. 나는 대체 왜 이 딸을 키워야 하는가? 이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건 대체 무엇인가? 게임 속 캐릭터에게 그 어떤 결핍도 어려움도 없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이 게임에 몰입해야 하는가? 귀엽다고? 미안하지만 그냥 예쁘게 그려진 인형으로밖에 안 보인다. 내가 하라면 하라는대로 다 하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는 그런 인형. 차라리 야간 활동에 한해서만이라도 게이머가 전혀 개입할 수 없게 해줬다면, 나름 흥미진진하게 즐겼지 않았을까? 심지어 주변인물조차도 다 비슷비슷하다. 그나마 여왕만 조금 괜찮고, 나머지는 솔직히 왜 친해져야하고 왜 수다를 떨어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매력이 없다. 한 눈에 봐도 혹할만큼 아트가 훌륭하지도 않고,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게끔 하지도 않고, 성격이 하도 개떡같아서 어떻게든 저놈을 찍어 넘겨봐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안 들고, 그렇다고 측은지심이 생길 만큼의 최소한의 서사조차도, 뭔가 도저히 밝힐 수 없는 비참한 과거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이름조차 기억 안 나는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아이 1,2,3,4,5,6 같다. 하여간 이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 화산의 딸 같은 '딸 육성' 게임과는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르다. 하도 평가가 좋길래 뒤에 뭐가 더 있나 싶어 2시간정도 해봤는데, 이젠 뒤에 뭐 대단한 게 있다 하더라도 지겨워서 더는 못하겠다. 차라리 아버지가 알바나 전투로 쌔빠지게 돈을 벌어와서, 그 돈으로 딸에게 용돈을 주고 교육비를 한땀 한땀 지원하는 시스템이었다면 100배는 더 재밌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