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바다에서 쓰레기가 계속 떠내려오길래 그냥 쓰레기를 주웠다 근데 줍다보니까 그게 전부 자원이란걸 알게됐다 나무판자랑 플라스틱을 모아서 뗏목을 한칸씩 늘리고 정수기도 만들고 화로도 만들고 그렇게 살다보니 처음에는 몸 하나 겨우 올라가있던 뗏목이 점점 집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청사진도 하나씩 얻고 스토리도 조금씩 밀다보니까 어느순간 목표가 생겼다 이왕 하는거 진짜 멋들어진 배를 한번 만들어보자 근데 배를 조금씩 확장할수록 내가 필요한 부품은 더럽게 안모였다 벽을 세우려고 하면 나무가 없고 기계를 만들려고 하면 스크랩이 없고 뭔가 하나 만들면 또 다른 재료가 부족했다 거기다 개씨발 좆같은 상어새끼는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내가 힘들게 만든 뗏목 바닥을 물어뜯었다 한칸 만들기도 힘든데 이새끼는 자꾸 와서 바닥을 부숴버리니까 결국 상어한테 안뜯기는 덧씌우기를 해야했다 근데 덧씌우기를 하려면 금속주괴가 필요하고 금속주괴를 만들려면 바닷속에 들어가 금속광물을 캐야했다 그래서 가고싶지도 않은 섬에 억지로 기들어가서 산소 부족한 바닷속을 뒤지고 금속광물을 캐야했다 광물좀 캐려고 물속에 들어가면 그 개씨발 상어새끼가 또 따라와서 엉덩이를 물어뜯었다 상어를 죽이고 들어가도 조금 지나면 또 살아나있고 금속광물 몇개 캐겠다고 작살을 들고 상어랑 목숨걸고 싸우는 내 모습을 보고있으면 내가 배를 만드는건지 상어 밥을 키우는건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금속을 녹이고 뗏목 가장자리부터 하나씩덧씌우기 시작했다 상어새끼가 더이상 바닥을 뜯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동안 물린게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자원을 모으고 뗏목을 넓히고 조타실 비슷한 공간까지 만들었다 이제 멋진 배가 완성되나 싶어서 직접 조종해보고 싶었는데 핸들이 없었다 알아보니까 핸들은 스토리를 더 밀어야 얻을수 있단다 나는 그냥 배를 만들고싶었을 뿐인데 게임은 자꾸 스토리를 깨라고 등을 떠밀었다 결국 핸들을 얻으려고 억지로 스토리를 밀었다 섬을 찾고 퍼즐을 풀고 건물을 뒤지고 적들이랑 싸우면서 겨우 핸들을 얻었다 이제는 진짜 배를 조종할수 있게됐다 그런데 배를 조종할수 있게되니까 이번에는 엔진이 필요해졌다 또 스토리를 밀었다 그러다 드디어 엔진을 얻었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갈수 있게됐다 엔진까지 달고나니 조타실에서 엔진을 원격으로 껐다 켰다 하고싶어졌다 근데 그 장치도 스토리를 더 밀어야 준단다 그래서 또 했다 빌어먹을 스토리를 계속 밀었다 그러다 원격 엔진 제어장치를 얻었고 이제는 정말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조타실에서 핸들을 돌리고 엔진을 켜고 내가 만든 거대한 배를 직접 움직이는 순간에는 그동안 고생한게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근데 사람욕심은 끝이 없었다 배를 멈출때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닻을 직접 올리고 내리는게 점점 귀찮아졌다 조타실에서 버튼 하나로 닻까지 올리고 내리면 진짜 완벽할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봤다 근데 원격 닻 장치는 스토리 최후반부에 있단다 결국 나는 또 스토리를 밀었다 그놈의 빌어먹을 스토리를 계속 깨고 또 깨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스토리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냥 멋진 배 한척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게임이 시키는대로 섬을 뒤지고 퍼즐을 풀고 보스랑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핸들을 얻고 엔진을 얻고 원격장치를 얻고 닻까지 얻으면서 배를 계속 확장했다 처음에는 나무판자 몇개로 시작했던 작은 뗏목이 어느새 여러층짜리 갑판과 조타실과 엔진실과 창고와 침실까지 갖춘 거대한 배가 되어있었다 바다를 떠다니던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서 만든 공간이었다 쓰레기는 바닥이됐고 벽이됐고 계단이됐고 결국에는 내가 바다위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집이됐다 스토리를 밀기 싫다고 욕하면서도 더 좋은 부품 하나를 얻기위해 다음 목적지로 향했고 상어새끼를 욕하면서도 뜯긴 바닥을 다시 고치고 금속을 덧씌웠다 생각해보면 레프트는 단순히 바다에서 살아남는 게임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던 작은 나무판자 위에서 시작해서 내가 원하는 집을 만들고 그 집을 움직이는 거대한 배로 바꿔나가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완성된 배 위에 서서 지나온 바다를 바라보면 처음에 아무생각없이 주웠던 쓰레기 하나까지도 전부 내 배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욕을 존나 하면서도 나는 이게임을 극찬하고싶다 상어새끼가 바닥을 뜯을때마다 화가났고 필요한 장비를 스토리 뒤에 숨겨둔게 좆같았고 재료 하나 부족해서 몇시간씩 바다를 떠돌때는 게임을 끄고싶기도 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끄지를 못했다 조금만 더 하면 내가 원하던 장치를 만들수 있을것 같았고 저 앞에 보이는 섬만 털면 배를 한칸 더 늘릴수 있을것 같았고 오늘은 진짜 조타실을 완성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만 더를 반복하다보니 몇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레프트가 재밌는 이유는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눈앞에 떠다니는 쓰레기 하나를 줍게하고 그걸로 바닥 한칸을 만들게한다 그 바닥 한칸이 두칸이 되고 작은 뗏목이 집이되고 집이 배가되고 나중에는 내가 직접 만든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된다 다른 생존게임에서는 좋은 장비를 얻으면 그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레프트에서는 좋은 장비를 얻는 순간 또 새로운 생각이 생긴다 이걸 어디에 배치할까 엔진실을 따로 만들까 조타실을 더 높게 만들까 창고를 정리할까 배 옆에 난간을 달까 한번 시작된 욕심이 계속해서 다음 목표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게임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할일을 만드는 게임이다 스토리는 솔직히 처음엔 귀찮았다 나는 세상을 구하고싶었던게 아니라 그냥 멋진배를 만들고 싶었으니까 근데 배를 만들려고 억지로 따라간 스토리 속에서 새로운 섬을 만나고 버려진 도시를 발견하고 바다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처음에는 부품을 얻으려고 스토리를 밀었지만 나중에는 다음 장소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직접 좌표를 입력하고 엔진을 켰다 그리고 레프트는 혼자할때와 친구랑 할때의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혼자하면 넓은 바다위에 나 혼자 남겨진것 같은 외로움과 고요함이 있다 파도소리만 들리는 밤에 내가 만든 배 위에서 멀리 수평선을 보고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친구와 하면 한명은 상어한테 물리고 한명은 배고프다고 음식 훔쳐먹고 누군가는 배를 이상하게 증축하면서 전혀 다른 게임이 된다 둘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밌다 그래서 생존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추천하고 싶다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자원을 하나씩 모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빠르게 강해지고 화려한 전투만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답답할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내가 직접 만든 결과물이 눈앞에 남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레프트는 진짜 미친게임이다 플레이한 시간이 그대로 배의 모습으로 남는다 힘들게 모은 나무는 갑판이 되어있고 목숨걸고 캔 금속은 상어가 뜯지 못하는 외벽이 되어있고 억지로 밀었던 스토리에서 얻은 장치들은 조타실 안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완성된 배를 보면 그냥 게임속 건축물이 아니라 내가 이 바다에서 살아남은 시간 자체를 보는것 같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주웠다 그게 자원인지도 모르고 그냥 눈앞에 있으니까 주웠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이 모여서 내가 먹고 자는 집이됐고 바다를 건너는 배가됐고 결국에는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든 이유가됐다 상어새끼는 여전히 좆같고 재료는 항상 부족하고 스토리는 필요한 장비를 존나 멀리 숨겨놓는다 그래도 나는 이게임을 극찬하고싶다 귀찮고 답답하고 불편한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완성된 배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레프트는 단순히 뗏목을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추억을 쌓고 마침내 그 공간 자체를 타고 세상의 끝까지 나아가는 게임이다 내 평가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완벽해서 10점이 아니라 단점까지도 결국 이게임만의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레프트를 하면서 수십번 욕했고 수백번 상어새끼를 죽이고싶었고 스토리를 밀기 싫다고 계속 투덜거렸다 근데 게임이 끝난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다 조금만 더 오래 바다위에 있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