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디지몬의 모델링과 수집·육성의 재미를 제외하면 게임 자체는 상당히 별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5/10 정도입니다. 팬 아니면 더더욱 사지 마세요. 단지 턴제 좋아하고 스토리 겜 좋아한다는 이유도 사는거 강력하게 비추합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플레이할수록 게임 디자인이 너무 구식이라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새로운 요소처럼 등장했던 맵 기믹들을 후반까지 반복해서 재활용하고, 긴 이동과 잡몹전, 의미 없는 장애물로 플레이타임을 계속 늘립니다. 어려워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게임 후반부처럼 스토리가 속도를 내야 할 구간에서조차 이런 요소들이 감정선을 계속 끊어먹습니다. 스토리 역시 소재 자체에는 분명 포텐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초반에 중요하게 보였던 인간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이노리의 아버지, 공안 주요 인물들, 아스나, 주인공의 할아버지 박사 등은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등장하지만 대부분 후반에는 병풍이 됩니다. 공안 역시 초반 분위기 형성과 주인공의 길잡이 역할을 제외하면 이야기 전체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후반의 장엄한 연출과 감정적인 대사들도 이를 뒷받침할 캐릭터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감동보다는 오글거림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 전체적인 라인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안 됩니다. 평작 그 이하 어딘가 입니다. 전투라도 뒷받쳐 줬으면 얘긴 달라질 수 있겠죠. 여기도 문제가 많습니다. 거의 모든 구간에 게스트 디지몬을 넣어놓았는데, 전략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속성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며, 매번 턴을 소비해 전투 템포만 늘어뜨립니다. 후반에는 상성 불리 무효 같은 능력을 가진 디지몬이 늘어나면서 초중반에 재미있었던 상성 및 파티 구성의 의미도 오히려 약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디지몬을 모으고 진화시키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봤던 디지몬을 최신 모델링으로 다시 만나고, 직접 진화시킨 뒤 새로운 모션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진화·퇴화와 육성 시스템도 처음 파고들 때는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키운 디지몬을 가지고 즐길 거리가 그만큼 많이 있지 않고, 후반부 될수록 이런 장점을 갉아먹는 구조로밖에 귀결이 되지 않습니다. 걍 돈으로 패면 다 끝나거든요.^^ 무슨 육성입니까 ㅋㅋ 초반 사이드퀘스트는 세계관과 인간·디지몬의 관계를 보여주는 빌드업으로 꽤 잘 활용됐기에 더 아쉽습니다. 갈수록 그 가능성을 발전시키기보다는 반복적인 맵과 반복적인 진행 구조에 하면 할수록 이 의미없는 짓을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디지몬 팬이라면 수집과 팬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의 JRPG로 평가하면 모델링과 IP의 힘이 이 겜이 구리다는 점을 아주 열심히 가릴려고 노력하는 대 환장 게임입니다. 평소의 반다이 남코 게임처럼 말이죠. ㅋㅋㅋㅋ 그나마 뛰어난 모델링이랑 육성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는 겜이 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소재 또한 분명히 포텐셜이 있었죠. 그러나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은 단지 아트팀, 모델링팀 포트폴리오 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