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경제 시대에, 사람의 주의력을 묶어 두려고 그 동안에 축적된 모든 노하우와 타사, 타분야 명작들의 장점과 클리셰들을 영끌해서 만든 '대기업 표 부대찌개형 디지털 슬롯머신' 장점도 더러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게임이라고 권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여러 단점들 때문에 POE2와 현재까지도 5000 vs 100000정도로 접속자 수에서 차이가 납니다. 플레이 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블리자드 게임인데도 한국에서 디아블로4 커뮤니티는 거의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다보니 현재 POE의 아이디어를 가열차게 베껴서 계속 도입하는 중.) 스토리도 컨텐츠도 앞으로는 계속 짧게 끊어서 스킨과 DLC를 지속적으로 팔며 넷플릭스 미드가 사람을 화면 앞에 묶어두는 방식을 따라갈 생각인 듯. 구입을 고민하시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생각나는대로 적어봅니다. 1. 기본적으로 엄청난 노가다 게임입니다. -레벨링의 경우 캐릭터의 최대 레벨은 370(일반 70+정복자 300)입니다. 그리고 5개의 문양 레벨을 15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캐릭터 하나 당 최종 레벨은 1120 레벨인 셈입니다. 하나의 캐릭터가 쓸만해지기 위해서는 시즌 기간 내에 반드시 340 레벨+문양 레벨 총합 650=1000레벨 정도는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당히 혹독한 '반복 노동'이 필요합니다. -파밍의 경우 레벨업만 해도 똑같은 과정을 수천 수만번 반복해야 하지만, 템 파밍을 하고싶다면 그 이상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시간을 써야만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사가 제시하는 매 시즌 퀘스트를 소화해내기 위한 쓸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특정 신화 아이템을 하나하나 어렵게 주워서 특정 옵션 4줄을 반드시 띄워야만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시간을 쏟아부어야만 합니다. 블리자드는 여전히 히오스식 패치를 하고 있으며, 매 시즌 직업 당 '메타 빌드'는 개발자들이 허락한 1~2가지로 정해져있습니다. 그 답안지대로 아이템을 맞추기 위해서 반드시 위의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야만하는 구조로 만들어져있습니다. -보석 만들기 시리즈의 전통인 방어구에 박기 위한 보석 만들기에서도 디아블로 4가 요구하는 시간 투자의 양은 무지막지합니다. 플레이 도중에 떨어지는 보석 조각들을 모아서 완제품 보석을 만들어야 하고, 최종 등급의 보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당 1억 2천만개의 보석 조각이 필요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느낌이냐면, 저는 이번 시즌을 플레이하는 전체 기간 내내 최종 등급 보석을 한개도 만들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작업장에서 생산되는 골드나 보석을 현거래로 사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 게임을 2시간 정도만 할 수 있거나, 주말만 할 수 있는 분들은 이 게임을 구매하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서버가 매번 초기화되는 시즌 기간은 3개월로,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숨 가쁘게 매일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입을 해도 결국 꾸준하게 즐길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티나 댓글란을 보면, '디아블로4는 라이트해서 매 시즌 2주면 충분히 즐긴다'라는 말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루에 최소 6시간에서 10시간은 매일 게임을 하는 사람의 기준입니다. 유튜브를 보면 '직장인이나 초보들도 얼마든지 따라가능한 빌드'라며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많은데, 실제로 따라하려면 종결급 아이템에 종결급 옵션이 필요하며 그걸 맞춰주려면 일반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게임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개발자들은 모든 사력을 다해서 스킨을 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디아블로 4는 이전의 디아블로2, 3과는 확실하게 다른 종류의 게임입니다. 사실 디아블로 4는 디아블로가 아니라고 봐도 됩니다. (실제로 디아블로가 나오지 않음!) 막대한 시간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딱 스킨을 살 만큼만 사람을 묶어 두기 위한 컨텐츠로 가득합니다. 모바일 가챠 게임을 와우의 틀을 본따서 미니 버전으로 옮겨놓은 모습이며, 마치 디아블로 이모탈을 비웃었던 유저들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같습니다. 100명 규모의 POE2 개발팀이 10000만명 규모의 블리자드 개발팀을 압도하고 있는건 이런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POE 개발진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들이 하고싶은, 자기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데 반해, 지금의 블리자드는 너무 지나치게 징그러울 정도로 스킨 장사에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이번 디아4의 경우 캐쉬샵은 멋드러지게 정성껏 꾸며놓았지만, 시리즈 최초로 시네마틱 재감상 메뉴도 마련해두지 않았습니다. 스킨 안살거면 꺼지시고 유튜브에서 따로 찾아보란겁니다. 3. 게임 내에서 해야 하는 일은 수백 가지인데 하고 싶은 일은 없습니다. 유저가 플레이 도중 스킨을 충동구매 할 만큼 만 게임에 체류 시키는 게 개발자들의 목적이다보니 게임을 켜면 게임이 일을 시킵니다. '전쟁 계획'에 따라서 반복 노가다 지시를 따라가야만 합니다. 전쟁 계획 경험치는 엄청난 노가다를 요구하지만 계정에 공유되지가 않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 당 똑같은 퀘스트를 수천 수만 번 반복해야 합니다. 이 전쟁 계획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끝없이 시간을 갈아 넣도록 강제할 뿐, 플레이어가 어떤 긴장감이나 재미도 느낄 수 없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번 버튼을 눌러 똑같은 장소로 순간 이동하고, 한방에 죽어나가는 시시한 잡몹 수백 수천 마리 잡는 일을 매일 반복해야만 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4. 특정 옵션과 특정 아이템은 노골적으로 확률이 조정되어 있습니다. 가령 필수적으로 장착해야만 하는 '모든 속성 저항' 옵션같은 것들이나 굉장히 효율적인 유니크 아이템, 문장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드랍율이 나쁩니다. 이런 옵션 한 줄을 얻기 위해서는 앉아서 수 시간 동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빠칭코 머신 돌리기를 강요받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게임이니까 랜덤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 당연한 면도 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어야지, 일부 옵션은 확률을 만져 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이걸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은 불쾌한 감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5. 치명적인 버그들이 넘쳐납니다. 출시 된 지 3년이 지났고 확장팩이 2개나 나왔지만 장착한 무기가 표시가 안되서 빈 손을 휘두르는 사소한 것들은 기본이고, 매 시즌 아이템 복사, 골드 복사, 아이템 증발, 버그성 데미지 등 게임 서버의 형평성이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버그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성기사의 경우 중요 궁극기인 '요새'를 일찍 사용할 경우 바로 꺼지는 심각한 버그가 있는데 그냥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 외의 수많은 버그로 현재 성기사는 평타를 사용하는 빌드 하나만 쓸 수 있습니다. 패치마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캐릭터가 있는데 대개 버그 때문이며 패치마다 도저히 플레이 할 수 없는 약한 캐릭터가 있는데 대개 버그 때문입니다. 캐릭터의 스킬들과 최대 300개에 달하는 노드, 각종 아이템의 효과들. 이 모든 작용을 감당할 능력이 블리자드 개발자들에게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시즌 중에는 심각한 버그가 있어도 보란 듯이 내버려둡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일을 하자는 합의가 내부에 있는 듯. 한 시즌을 플레이 해보며 이런 것들을 느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