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8년, 갓초딩이던 나는 DVD 버전의 심즈 2를 접하게 되었다.... 게임이라고는 고군분투나 슈의 라면 가게밖에 모르던 나에게, 파니룸의 단순한 상호작용 하나하나에 열광하던 나에게, 심즈 2는 정말이지 차가울 만큼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렇게 열일곱 살까지 나는 스치듯 접했던 심즈 2를 잊지 못하고 살았다. 머지않아 모바일 게임의 시대가 열렸지만, 바운스볼이나 템플런 따위의 게임들은 내게 심즈 2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했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게임을 그리워했다.... 그러니 열일곱 살쯤 극적으로 재회한 심즈 3에 푹 빠지게 된 건 필연이었다. 심즈 4에 20대 초반을 갈아 넣은 것 또한 필연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심즈는 옛날의 그 심즈가 아니었다. 나 또한 어린 날의 내가 아니었다. 이제는 좆같은 버그와 양심 뒤진 DLC들만이 늙고 지친 나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즈음 내 PC에는 스타듀밸리, 데바데, 마인크래프트 등 온갖 혜자롭고 짜릿한 게임들이 늘어 가기 시작했다. 나는 한동안 심즈를 찾지 않았다. 업데이트마다 모드를 새로 까는 것도, 망가진 CC템을 정리하는 것도, 건축할 때마다 치트를 잔뜩 입력해야 하는 것도 성가셨기 때문에.... 그런데 심즈를 외면하고서 나의 정신은 서서히 병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데바데 때문이었겠지. 조롱과 따돌림 남탓 티배깅 트롤짓에 미쳐버린 나를 품어준 것은 오직 심즈 4였다. 심즈 4에는 조롱과 따돌림 남탓 티배깅 트롤짓이 없었다. 오직 존나 비싼 DLC와 버그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겸허히 지갑을 열고 다시 안락한 심즈 시리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요즈음 나는 종종 12시간동안 CC템을 다운받고 모드를 깔고 모드한글화를 설치한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도 채 하지 못하고 지쳐 잠에 든다. 다음에 심즈를 켤 때는, 이 모든 것을 다시 해야만 하겠지.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개야르 CC템을 찾아 헤맨다.
